세진의 코딩과 일상 이야기
제일 힘든 시기에 졸업을 준비하다 본문
이 블로그에 석사 지원 후기, 합격 후기를 썼던 게 어제 같은데
어느덧 미국에 온 지 1.5년이 넘었고 이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유학을 오기 전에는 혹시 못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많았고
대학원에 불합격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이 길이 아니면 나는 안될 것 같았다.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걸까? 막상 미국을 오니 좋은 점보다 힘든 점이 많았다.
20대 중후반에 가족과 친구를 떠나 지구 반대편에 혼자 와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먼저 다가가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한평생 E라고 생각했던
나는 점점 소심해졌고 나중에는 집을 잘 안 나가게 됐던 것 같다.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왜 그 고생을 하고, 이 많은 돈을 쓰면서 여기를 왔을까?"
새벽만 되면 센치해져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
물론 여기서도 좋은 친구들을 몇 명 사귀고 지금은 적응을 어느 정도 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미국에서 찾기 쉽지 않았다.
처음에 적응하기 더 힘들었던 이유는 내 마음에 여유가 하나도 없어서였다.
입학 전부터 내 머리엔 온통 "인턴십"뿐이었다.
인턴십을 잡지 못하면 취업이 어려워질 거로 생각해서 수업보다는 면접 준비를 더 열심히 했다.
인턴십 면접을 준비했을 때는 거의 2주를 학교를 안 나가면서 면접 준비를 했다.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바쁘다고 핑계를 두고 집에서 면접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그렇게 꿈꾸던 인턴십에 합격했다.
나는 사실 인턴십에 합격하고 나서 힘든 미국 생활은 끝나고 꽃길이 시작된 줄 알았다.
상대적으로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 회사이기도 하고 만약 안 되더라도
이제 다른 회사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었다.
인턴에서 했던 프로젝트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빠르게 끝낼 수 있었고 좋은 평가도 받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턴십이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생겼다. 제일 잘나가던 테크 회사 중 하나였던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
인원 감축을 통해 비용 절감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왜 하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런 거지? 절망했지만
그래도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입은 뽑지 않겠냐는 희망에 밤을 새우며 열심히 했다.
원래 마지막 2주는 평가에 들어가지 않는데도 나는 마지막 날까지 코드를 커밋했었다.
원래라면 인턴십이 끝나면 오퍼를 바로 받을 수 있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연말까지 여기만 믿고 있을 수는 없어 8월부터 난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8월엔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다시 바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면접 경험도 꽤 있고 이제 대기업 인턴 경험도 있으니 면접 기회가 많이 올 거라 생각했다.
레퍼럴 중요성을 알았던 나는 주변 지인분들한테 레퍼럴을 부탁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거의 20곳 넘은곳에서 레퍼럴을 받았다.
뉴욕에 한인 IT 커뮤니티까지 가입해서 대면 모임도 가보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철판을 깔며 레퍼럴을 부탁했다.
내가 인턴을 다녔던 회사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8월부터 한두 곳에서 레이오프 소식이 들리더니
연말이 되니 거의 유행처럼 모든 회사가 인원 감축을 시작했다.
면접을 보기 하루 전에 취소가 된 회사도 있었고 심지어 주변엔 합격이 취소되는 친구들이 많았다.
M사에서 전환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면접이 취소된 날엔 정말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잡서칭을 위해 쓰던 링크트인엔 사람을 뽑는 글은 안 보이고 하나같이 잘렸다는 글만 보이기 시작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소 등 내가 신의 직장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하루 만에 만 명씩 잘리는 소식을 보니 결국 신의 직장이란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편에 끝까지 희망을 품고 있었던 M사에서는 10월에 결국 정규직 오퍼를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인턴십 동안 너무 많이 걸 배웠고 모든 게 마음에 들었던 회사여서 그런지 더욱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소식을 리쿠르터에게 전화를 통해 들었는데 그 전화를 끊자마자 5분 뒤에 바로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다.
"너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고 싶어서 전화했어. 면접에서 모두 너를 좋게 평가했고 너를 뽑고 싶어 해."
2주 전에 최종면접을 보고 연락이 없어서 탈락한 줄 알았던 회사에서 그렇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렇게 나는 다행히(?) 안 좋은 소식과 좋은 소식을 같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미국의 취업 준비 생활이 끝난 줄 알았지만, 연말이 되고 나니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이제는 합격이 취소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오퍼를 받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과연 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이어졌다.
유학생 신분으로 졸업하고 나서 3개월 안에 직장을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한다. 앞으로 5개월 뒤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너무 우울한 얘기만 쓴 것 같지만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건 확실히 있다.
나는 이제 정말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원하던 F 사에 인턴에 합격하고 주위에 자랑하느라 바빴고 큰돈을 월급으로 받으면서 이제 나는 정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신이 있다면 좀 겸손해지라고 나에게 이런 역경을 주시는 걸까?
내가 손에 잡은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을 다시 놓쳐버렸다.
뉴욕은 3월이 되었는데도 눈이 오고 아직 춥다.
빨리 다시 따뜻한 여름이 오고 내 상황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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